[암왕]



 뽑히리라고 생각도 못했지만 생각치도 못한 경사에 흥이 절로 났다. 하지만 생각하고 나니 이것은 과연 정말 잘된 일인지 모르겠다. 왜냐면 나는 장르문학, 특히 무협을 즐긴다는 일반적인 층에 비해서 어린데다가(이번에 로크 미디어 기획으로 발간된 명작 무협은 접해보지 못한 젊은 세대다.) 심지어 여성이기까지도 한 것이다.
 무협에 대한 고견이 짧은 내 자신이 이렇게, 이런 작품을 '말'한다는 것을 함부로 해선 안될까 싶다.


 하지만 로크 미디어의 명작 무협 컬렉션은 어디까지나 장경의 암왕을 체험한 세대가 과거의 향수를 돌아본다는 의의 뿐만 아니라, 이러한 명작 작품을 접해보지 못한 세대에게도 과거의 명작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데 있다고도 생각하고 싶다. 실제로도 나는 장경의 암왕을 접하지 못한 세대라서, 이러한 로크 미디어의 배려가 기분이 좋다.

(그렇지만 너무 늦은 리뷰다. 시험기간../아득)





 집에 도착한 암왕이다. 디카도 없는지라 폰카라서 질은 떨어지지만 명작 무협 컬렉션에 걸맞게 표지는 매우 고풍스럽다. 책은 내용이 좌지우지하고 실제로도 내용이 그 책을 갖고싶다라는 욕구를 부추기지만 내용 외에도 여러가지 요소들이 책을 책장에 꽂아두고 싶다라는 욕망을 부추기는 것이 사실이다.

 암왕의 표지는 개인적으로 무협스러운 느낌이 물씬난다.
 책 표지내의 글자 크기, 줄간격, 여백도 너무 가지런해서 말을 잃게 만든다. 요즈음의 장르 문학(판타지나 무협)을 뒤적거려보면 글자크기나 줄간격 등이 눈쌀을 찌푸리는 것들도 있는데, 딴지를 걸 여지를 가차없이 잘라낸다. 개인적으로 신경쓰는 부분이어서 확인해봤는데(글자크기나 줄간격, 여백은 책읽는데 계속 거슬리는 부분이다)




 두께(...)
 이 책을 받으신 분들은 이미 체감하셨겠지만 장난이 아닌 두께다.
 읽었을땐 책 갈아바꿀 필요없이 쭉쭉 탐독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지만, 정작 너무 두꺼우니까 책 양쪽을 잡고 책을 읽는데 팔힘이 제법 들었다. 하지만 친구 왈, '마음이 풍족해질 듯한 두께'. 동감한다. 반 농담 비슷하지만 1권 마지막 쪽수가 딱 800이였다는 것에 개인적으로 살짝 웃었다. 마침 집구석에 있던 라이트 노벨을 살풋 올려놓아 봤는데, 정말 두껍다. 책 크기는 라이트 노벨과 폭이 똑같지만, 1cm정도 길이가 짧다.(마르X크 스크램블이였음)
 정신없이 읽으면 두께... 그런거 모른다.



 시공사에서 내놓았던 드래곤 북스가 생각난다.
 상당히 스펙이 비슷함을 알 수 있다.





  암왕은 클라이막스가 없는 글, 그런 느낌이였다.
 결코 글이 밋밋하다라던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정한 텐션을, 덤덤하게 고수해나가서 끝에 다다르는 느낌. 그리고 당연하지만 끝에서 독자는 이야기에서 하차하게 된다. 화려한 풍경을 구경한 것도 아니고, 박진감 넘치는 스피드를 체감한 것도 아니라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차를 탔다, 라는 느낌이다. 이야기는 시종 흐르고 있는데, 굴곡이 없다. 덜컹거림도 없다. 그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것은 당연한 것같고, 이렇게 되는 것은 마치 필연처럼 느끼게 해버리는 그런 마법같은 글이였다. 아니 엄밀히 따지면 굴곡도 있고, 시련도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어려움이 언젠가 이뤄진 안배에 의해서 절로 풀려 나가는, 이러한 시련과 굴곡조차도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이야기의 일부분으로 느껴지게 하는 형용키 어려운 '기이한 느낌'이 문체에서 우려나오는 것이다.


 암왕은 등장인물과 배경이 뒤엉킨 소설로, 명교라는 특이한 배경이 빚어낸 사건과, 그러한 배경이 빚어낸 인물상들이 앞뒤를 잴 것없이 뒤엉켜서 잘라내기가 힘들다. 즉 나란히 인물과 배경, 즉 그 명교 자체가 주인공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던 것이 아닐까.
 느긋하게 차에서 내린 나는 지금 깊이 숨을 들이쉬고 있다.
 암왕은 현대의 단순히 오감을 만족시키는, 통쾌함과 짜릿함을 추구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지만,
  


 현재 나는 암왕을 다 읽었고, 지극히 자연스럽게 이 책을 나의 아버지에게 인도했다.
 그 과정의 어디가 지극히 자연스럽나에 신경쓰면 지는거다.
 아버지는 별로 좋지도 않은 시력으로 짬짬이 이 책을 읽고 계신다.
 나는 지극히 만족하고 있다.







by 영달 | 2007/10/28 09:00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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